좋은글 시

[스크랩] 연필을 깎으며

신 활주로 2011. 10. 15. 17:57

   

 

연필을 깎으며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이 해 인

오랜만에연필을 깎으며행복했다
풋과일처럼설익은 나이에
수녀원에 와서채 익기도 전에깎을 것은
많아
힘이 들었지

이기심.자존.심욕심

너무 억지로 깎으려다때로는
내가 통째로 없어진 것 같았다
내가 누구인지 잘 몰라
대책 없는

눈물도 많이 흘렸다

중년의 나이가 된 지금
아직도 내게 불필요한 것들을

다는 깎아내지 못했지만
나는 그런대로청빈하다고
자유롭다고여유를
지니며곧잘 웃는다

나의 남은 날들을
조금씩 깎아 내리는 세월의 칼에
아픔을 느끼면서도행복한

오늘

나 스스로 한 자루의 연필로
조용하고 자연스럽게깎이면서 사는 지금
나는 웬일인지쓸쓸해도

즐겁다

        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2011.10.16

 

 

 

출처 : 행복가이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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